니체의 잠언과 해설- 인간에 대해서 말하다
아주 오래 전 니체 책을 읽었다.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되지만 며칠을 읽고 있는 내 모습을 보고 학원 원장이 매우 불쾌한 목소리로 공산주의 사상을 읽고 있냐며 큰소리로 나를 꾸짖었다.
나 역시도 그런 사상에 일부 동의했고 어렵기도 하거니와 책 볼 수 있는 환경이 아닌 것 같아 니체 책을 접었다.
니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아직도 공산주의 이념 사상이라던가? 마르크스를 대신하여 좌파 이념이라고 하는가?
니체는 사회주의 사상이란 노동자들을 독립적이고 강한 개인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나사 부품으로 만드는 술책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마르크스와 분명하게 구별된다.
또한 임금이 계속 높아진다고 노동자들의 노예 상태는 치유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요즘은 니체 책이 다시 재발행 되어 널리 읽히고 있다.
니체 책을 읽으면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사람이란 무엇인지, 디오니소스적 긍정의 철학이 무엇인지 하나씩 알게 되는 즐거움이 있다.
AI시대에 왜 다시 철학을 알아야 하는가는 우리 인생 자체가 철학적이기 때문이다.
현실이 먹고 살기 빠듯하다고 한동안 책을 등지고 먼 그림자로 여기고 사치라고 여겼던 지난 날의 그 모든 풋풋한 시절이 아쉽다.
그때 더 부지런히 읽었다면 내 삶이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아마도 내 삶을 바라보는 태도와 시야는 초월한 전사의 모습을 일부 지니고 있지 않을까?
니체는 그 만큼 나에게 강력한 에너지를 준다.
여리고 나약했던, 불안했던 어린 시절로부터 삶이 아닌,
더 거칠게 모험을 즐기는 청년이 되지 않았을까?
그 병들고 나약한 심신은 종교에서 어릴 때부터 쇠뇌 당하듯 교회 가서 기도하며 말씀 듣고 찬양하면 원하는 대로 이루어질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이 나를 잠식했다.
기독교에 내 모든 어린 시절이 녹아 있다.
그 안에서 치유와 안정을 느끼고 희망을 기대했다.
그러나 니체의 말에 의하면 나는 정신병자인 것이다.
기독교적인 사상을 배척하는 입장에서 ‘신은 죽었다’라고 말하는 니체의 말은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스스로 살아갈 힘을 상실하여 이데아 세계나 천상의 세계를 고안해서 그것들에 의지하는 병든 인간일 뿐이라는 말이다.
그로 인해 신이 인간에게 제시한 도덕률과 계시를 제대한 실행하지 못하는 자신을 지속적으로 학대하며 불쌍한 ‘을’을 만드는 것이다.
찬송가에 이런 가사가 있다.
"벌레만도 못한 내가~용서 받을 수 있나요~"
친구는 이런 구절이 싫다면서 왜 교회를 다니냐고 말하기도 했으나
그 당시는 친구의 빈정거림으로 들려서 야속하기만 했던 것이다.
지금도 신이 존재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이 책은 오래 전 사두고 읽지 못했다.
니체의 철학적 사상을 박찬욱 교수가 이해하도록 설명해 주고 있다.
지나쳐버릴 버릴 법한 책인데 다시금 나에게 새로운 영감과 힘을 준다.
니체 철학의 몇 가지 주제에 대해 정리해본다.
#니체 철학의 근본적인 문제 의식은 무엇인가?
모든 것을 병적이냐 건강하냐의 관점에서 평가한다.
병적인 것은 서양의 전통 형이상학과 그리스도교는 육체와 그것과 대립된 순수한 정신 혹은 참된 자아를 상정하는 것을 통해 육체의 자연스런 본능과 충동을 억압하면서 아주 병적으로 만들게 된다고 한다. 이것은 금욕주의를 수반한다.
그리스도교와 같은 이상적인 세계는 삶의 의미, 가치, 진실성 등을 박탈하는 날조된 현실 인식을 갖게 하므로 그것은 전복 시키는 것이 니체가 하는 일이라고 말하였다.
반면, 건강한 것은, 인간이 자신의 힘을 믿고 긍정적인 자세로 독립적인 세계를 창조하는 삶이다. 자신에 대한 긍지에 차 있는 사람들은 밝고 우아한 모습을 통해서 인류에게 기쁨을 줄 수 있다고 말한다.
#병든 인간의 '치유사'라고 자처하는 니체, 치유의 길은 무엇인가?
인간을 병적이고 허약하게 만드는 상상과 허구의 최악의 것은 그리스도교를 꼽고 있다.
반면 인간을 건강하게 만드는 상상과 허구의 대표적인 것은 그리스 신화를 들고 있다.
인간의 영혼을 근본적으로 치유하는 길은, 가공의 위안에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흔쾌하게 짊어질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하고 강인한 존재로 변하는 것이라고 본다. 이런 의미에서 스스로 자신을 영혼의 치유사라고 말한다.
‘영혼의 치유사’ 멋진 말이다.
나도 현재 내가 안고 있는 고민들, 코로나로 힘들어 하는 우리 사회, 더 나아가 인류에게 내려진 재앙의 근본적 원인을 생각하고 탐색하여 그것을 치유할 수 있는 진정한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니체가 말하는 금욕주의란?
첫째는 지배욕의 병적인 표현이다.
금욕주의자들은 보통 인생의 실패자들인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자신의 힘을 느끼며 살고 싶지만, 외부 환경이나 타인들을 지배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에 자신의 힘을 느끼는 방법으로 자신을 학대하고 지배하는 것을 택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둘 째는 ‘죄’라는 관점에서 모든 고통을 해석했다.
고통이 부재한 상태, 무(허무)를 의지하는 것을 원하는 사람들이 금욕주의자라 규정하다.
이 사람들은 영혼이 육체와 지속적으로 전쟁을 벌이게 하는 한편, 감각적인 욕망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영혼으로 하여금 자신을 학대하게 만든다. 서로 경쟁적으로 죄책감을 과시하면서 말이다. 기독교에 몸 담아 왔던 시간을 되돌아 봤을 때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고 본다.
#양심적인 자들은 왜 양심의 가책으로 인해 더 괴로워할까?
양심적인 자들이 공상이 풍부한 자들이며 자신의 회복과 치유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인류가 그들로 인해 기뻐할 수 있고 그들의 아름다움으로부터 빛을 자신 안에 받아들이기 위해서, 밝음과 우아한 모습을 필요로 했던 바로 그 사람들에게 인생은 가장 음울한 것이 되었다.
반면에, 감각적인 실존의 전형인 카사노바나 돈 주앙 같은 사람들은 양심의 가책으로 괴로워하지 않았다. 이들은 도덕을 무시하고 자신의 삶의 기준으로 오직 쾌락과 즐거움 그리고 아름다움만을 추구했기때문이다.
격결한 사랑이든 격렬한 증오든 애정의 대상에 대한 왜곡된 판단에 입각해 있다고 한다.
또한 사람들 중에 특별히 총애를 받을 것을 기대하는 경향이 있다는 그런 것을 부끄럽게 여겨야 한다고 본다.
#니체가 주장한 디오니소스적 긍정이란 ?
모든 것을 긍정하면서 받아들이는 최고의 긍정을 말한다.
대표적인 사람으로 괴테를 지칭했는데, 그는 모든 것들을 포용하면서 기기에서 하나의 조화된 전체성을 경험할 정도로 강한 사람이라고 한다.
디오니소스라는 이름은 서양을 2000년에 걸쳐서 지배해온 그리스도교적인 신을 대체하는 새로운 신의 이름이다. 그리스도교적인 신이 지상과 인간의 자연스런 충동들을 무가치한 것으로 부정하는 신이었던 반면에, 디오니소스신은 이 모든 것들을 긍정하는 신이다.
#너 자신이 되라?
일생 동안 자신의 자아를 위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오직 자아의 환영(幻影)을 위하는 일만 한다. 이러한 자아의 환영은 주의의 사람들의 머리에서 형성되어 그들에게 전해진 것이다.
“대중에 속하기를 원치 않는 사람은 오로지 자기 자신의 나태함을 없애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너 자신이 되어라! 지금 네가 하고 있는 것, 생각하는 것, 원하는 것은 모두 너 자신이 아니다!”(반시대적 고찰)
나에게 강력한 의문을 제기한 나 다움이 무엇인지,
어떤 것이 진실한 나의 모습인지, 생각하고 음미해 보리라.
나는 원소 조각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 작은 원소 조각들 융합의 덩어리로 이루어진 내 모습은 수시로 생성하고 변하고 있다.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간에...
사람들이 원하는 모습대로 살아온 나는 정말 볼품없이 작아져 쭈끄러져 있다 못해 밟혀 있는 것이 아닌지? 지금껏 나 보다도 남들이 잘 되도록 지원하는 역할만 한 나는 알을 까고 난 빈껍데기만 남아있는 듯하다.
내게 어울리지 않는 고정된 생각, 말과 행동, 옷들, 사람들...
겉치레로 얼마나 많은 시간과 비용을 더 낭비할 것인가?
모든 것들이 진정한 나 자신인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니체의 <힘에의 의지>를 통한 나 다움을 위해 나만의 왕국을 만들어야겠다.
이제 그만 남들이 정해놓은 틀안에서 인정 받는 것을 거부하련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정해놓은 시선 따윈 이제 나에겐 중요하지 않다.
코로나 시대에 무엇이 중요한가를 알게 되지 않았나?
이 땅에서 꿈틀거리며 살아가는 모든 것들을 응원한다.
우리 각자의 고귀하고 귀품 있는 방식으로 나 다운 우월성이 구현되기를 바란다.
<책 참고>
니체의 잠언과 해설
니체 인간에 대해서 말하다
병든 인간, 건강한 인간
서울대철학과 교수 박찬국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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